어김없이 그 녀석들이 나타났다. 두 배나 큰 그림자를 달고서. 나는 꽃집 앞, 선반 구석에서 그들을 주시한다. 이 골목의 보안관인 내가 태어나서부터 계속하고 있는 일이다. 갓 자란 듯 싱싱한 아이들이 나의 노고를 알 리가 없지만. 모두가 잠든 사이, 나는 모든 신경을 집중해 세 마리의 개를 감시한다. 세 마리의 개들이 나타난 건 아마 2년 전. 사람들이 ...
내가 너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걸까. 자기 전에 천장 모서리를 쳐다보면 귀신이 나온다는 얘기를 하며 눈을 껌뻑이던 너를 사랑하면 안 되는 건가. 빠른 속도로 음료를 마시고 얼음을 과일마냥 와그작거리는 너를.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정말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하는 네가 나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걸까. 그 말이 나를 향하지는 않았지만, 너는 그런 말을 할 줄 ...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에게. 이곳에서 23년동안 살다가 지구에 태어나다니, 상상도 못했어. 우리는 매일 너의 꿈을 꿔. 가끔은 네 꿈에 찾아가기도 해. 비일상적인 우리가 일상적인 모습을 하고서. 꿈속에 찾아가는 건 보통 쉬운 일이 아닌 거 너는 알지? 내가 뭐라고 하는 거니. 이곳에서의 기억을 모두 잃은 네가 알 리가 없을 텐데. 이건 모든 기억이 사라진 너...
자신이 겪은 것만 얘기한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얘기를 하지 않을 때는 팔짱을 끼고 커피를 마시는데 하고픈 얘기가 생기면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곧 죽을 생선처럼 버둥거리는 이빨들 아니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은 대게 옥희의 이야기인데 가끔 이런 이야기도 했다 머리를 바꿨어요 아 머리 전체를 바꾸셨어요 들어서요? 잘라서요? 모르겠어 배 째, 하면 저는...
댓츠 낫 마이 컵 오브 티 그것은 나의 취향이 아닙니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언어를 배운 적이 없어 깃털을 뽑았다 다시 꽂는 시트론 코카투처럼 나의 취향이 아닌 컵 오브 티들은 대게 손이 있고 발이 있고 초점이 풀린 동공이 있고 습기가 가득한 여름 다리를 벅벅 긁어 생긴 때 낀 손톱이 있고 믹스 커피의 단내가 나는 혀가 있고 그 혀는 밖으로 나오기도...
옥분을 믿습니까, 예, 믿습니다. 나는 새끼 손톱만한 검은 개미가 기어다니는 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야외는 아니고요, 나무인 척하는 장판이 깔려 있는 집입니다. 옥분이 온 적 없는 곳입니다. 개미는 원래 무리 지어 다닌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요. 저희 집에 사는 개미는 혼자서 활보합니다. 자기 몸의 몇 배는 될 집을 열심히도 돌아다닙니다. 그들이 굶어 죽지 ...
천둥이 쳤다. 눈이 번쩍 떠졌고, 뒷발에 힘을 주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닫히지 않는 창문으로 바람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축축해진 커텐이 떠나지 못하는 새처럼 소란을 피웠다. “좋았어, 할 일이 생겼어.” 나는 다리는 짧지만 달리기 속도는 빠르다. 뒷발에 힘을 줘 귀 뒤쪽을 긁었다. 몸의 힘을 엉덩이 쪽으로 모아 뒀다가, 하나, 둘, 셋 하면 출발!...
인간의 피부를 뜯어내서 과학의 눈으로 자세히 보면 붉은 장미처럼 보인대 피부 깊은 곳에 따끔한 것을 키우는 기분은 어떨까 폭우가 내릴 것 같아 나는 죽기만을 기다리는 오래된 고목처럼 서 있다 나무의 기분은 잘 모르겠지만 나의 피부 아래로 자라는 쿰쿰한 냄새의 얼굴을 헤아리며 누군가는 모두가 기피하는 걸 가져야 해 그래, 나를 거쳐간 모두가 노려보았던 것...
조이는 신경질적이다. 어느 정도냐면 부서질 리 없는 물을 주먹으로 쳐부수고 싶을 정도이다. 조이는 탑사우나 내 스페셜탕 안에서 피부를 불리고 있다. 탑사우나의 천장은 예술적이다. 조이가 목욕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탑사우나‘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장이다. 원색도 아니고 파스텔빛도 아닌 거무죽죽한 돌이 삼각, 사각, 오각으로 맞춰져 있다. 조이...
입장한 순간 비상벨이 울렸다 집안의 모든 전기는 끊긴 지 오래 태어나려다 만 날파리들이 환상처럼 울고 들릴 리 없는 주파수의 울음을 가늠하며 고개를 돌린 그때 잘 빚어진 기분으로 치장한 이불 아래에는 한 달 전의 나와 어제의 내가 죽은 듯 살아 있다 누가 그랬지 이불 한 장을 넘나들어 검은 곳에 갈 수 있다고 언제는 이곳이 하얗던 적이 있었니 하던 대답 검...
내년 3월까지 쉬어갑니다! (_ _ ) ( - - ) ♥ 다들 잘 지내시고, 다가오는 여름이 모두에게 환하게 다가오길 바라겠습니다. 늘 애정을 가득 담아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건강하게 잘 지낼 테니, 저와 글로 마주치는 여러분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사랑으로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네이버 블로그에...
2011 구역에서 크림빵을 재배했다 녹슨 카트 안에 같은 모양의 크림빵이 우글거린다 2020 구역을 향한 마지막 밀수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날이었다 과거의 슬픔을 무사히 배달하는 것 그것이 밤 열 시의 업무이다 각지에서 모인 특산품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꼬집는 듯하고 쥐어뜯는 듯한 이것은 다름 아닌 슬픔 대기선에 물품처럼 멀뚱히 서 있을 때 의문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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